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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9 09:03 2014/10/09 09:03
왜 막장드라마인가
2014/10/09 09:03 | 일상과 생활 이야기

지금은 드라마가 넘치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평가는 빈약합니다.
한국 드라마를 신랄하게 꼬집는 TV비평이 없기에 소위 막장드라마라는 것이 탄생한 것입니다. 우리 대중문화는 비평이란 영양제를 맞고 성장해나가야합니다. 한국 드라마의 난치병으로 꼽히는 ‘막장 코드’에 대하여 진단하여 보았습니다.

◆한국산 B급 가족멜로=

“막장드라마는 가족멜로인데

①내용과 구성 모두에서 일체의 개연성이 없고(진짜 말이 안 됨)
②당대의 가족가치에 반하는 반인륜적 내용이 등장하는 게 특징이다.” (김수아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

본격 막장의 효시로 꼽히는 SBS ‘아내의 유혹’(2008)의 경우 ‘얼굴에 점 하나 찍었을 뿐인데 몰라보냐?’ ‘불륜은 가능하지만 불륜 때문에 살인을 하다니?’로 시작해 음모·사기·살인·납치·폭행 등이 이어졌다.

‘출생의 비밀’‘불치병’ 등도 주요 요소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가족관계를 꼬고 전통적 가족가치를 흔들 때 막장으로 불린다. ‘남편이 밖에서 낳아온 아이를 없애려고 했는데 알고 보니 내 아들’(SBS ‘다섯 손가락’),
‘아버지를 죽인 원수에게 복수했는데 알고 보니 그 원수가 진짜 아버지’(MBC ‘메이퀸’)라는 식이다.

독하고 자극적인 이야기에 전개 속도도 빠르다. “도입-전개 생략하고, 위기-절정-위기-절정의 플롯이다.”(허은 청강문화산업대 교수).

“예전 같으면 일일극 60회 분량을 30회에 밀어 넣고, 인물의 행동(악행)을 설명할 시간을 생략하니 점점 더 납득 안 되는 막장이 된다.”(이용석 SBS PD)

물론 이런 세태는 시청률 만능, 제작비 절감과 관련 있다.
시청률이 안 나오면 “막장으로 가야 하나”라는 유혹에 빠진다. 제작비를 줄여 제한된 인물만으로 극적인 얘기를 만들려 하니 인물 관계가 뒤틀리고 꼬인다.

전형적인 문제해결 방식은 ‘엿듣기’다. ‘백년의 유산’은 모든 줄거리가 엿듣기로 진행된다. 모두 소머즈급 귀를 자랑하면서 악행도 선행도 엿듣는다.
 
‘사랑했나봐’는 ‘보고하기’다. 최선정은 주·조연들의 보고를 받으며 위기를 모면해 ‘최느님’으로도 불린다. 무지막지한 악행에 전지전능한 위기탈출 능력은 ‘야왕’의 수애도 마찬가지다.
시청자들도 이들이 하루빨리 단죄되기를 기다리기보다, 되레 악행을 즐기는 쪽이다.

악역은 주로 여성이다. 여성들이 소위 ‘깽판’을 칠수록 막장의 급수가 올라간다.
 
“개연성 부족, 반인륜적 내용은 막장 드라마 이전에도 있었다. 문제는 ‘과도함’이다. 막장드라마는 한국적 드라마 (제작·소비)환경을 응축해 보여주는, 한국산 B급 가족멜로다.”(홍석경 서울대 교수)

◆약자에 대한 감정이입=

막장드라마는 ‘잘근 잘근 씨브면서 욕하면서 보는 재미’가 크다.
전통적인 시청층인 장·노년 여성들은 드라마 속 약자(며느리)에 이입해 이들이 악역·강자(시어머니·내연녀)에게 복수하는 데서 대리만족을 느낀다.

최근에는 젊은 남성 시청자들의 증가가 눈에 띈다. 인터넷 유명 야구 커뮤니티에는 막장을 화제로 삼은 게시물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백년의 유산’은 ‘명품막장’으로 불리며, ‘개그콘서트’보다 더 인기다. ‘우연 오브 더 위크’ ‘엿듣기 오브 더 위크’ ‘멍청한 짓 오브 더 위크’ 등을 뽑기도 한다. ‘함께 시청하면서 함께 성토하기’가 TV보기의 새로운 즐거움이 되면서, 막장드라마가 좋은 ‘먹잇감’이 되고 있는 것이다. 말이 안 될수록, 허술할수록, 욕하면서 보는 즐거움은 더 커진다.

강한 자극에 기대어 팍팍한 현실을 잊고 싶은 도피 심리도 막장이 성행하는 배경이다. 현실(개연성)을 정말 하찮은 것으로 그려내 현실의 중압감을 잊게 하는 ‘현실무화’ 심리도 작용한다. “중요한 것은 현실 자체의 ‘막장화’다.

시청자가 경험하는 현실 자체가 이미 드라마 못잖게 뒤틀린 것이다. 또 전통적 선악 개념이 흔들리면서 선인보다 악인을 더 실제적인 인물로 받아들이게 됐고, 악행도 큰 도덕적 거부감 없이 보게 됐다.”(임영호 부산대 교수)


막장이라는 용어는 ‘아내의 유혹’(2008) 때 본격화했다.

그 연원은 ‘인어아가씨’(2002·MBC), ‘왕꽃선녀님’(2004·MBC), ‘하늘이시여’(2005·SBS), ‘신기생뎐’(2011·SBS)으로 이어지는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에서 찾을 수 있다.

한때는 막장을 부정적으로 쓰지 말라는 대한석탄공사의 항의도 있었으나, 요즘에는 한국 드라마의 한 경향을 뜻하는 말로 굳어졌다.

리얼리티를 더 이상 찾지 않는 시청자, 재미와 시청률을 위해서면 무엇이든 한다는 제작진, 날로 삭막해지는 사회현실이 맞물린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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