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은 올 한해를 특징짓는 사자성어로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뜻의 '倒行逆施(도행역시)'를 선정했다고 합니다. 도행역시는 '사기'에 실린 고사성어로, 춘추 시대의 오자서가 그의 친구에게 '도리에 어긋나는 줄 알면서도 부득이하게 순리에 거스르는 행동을 했다'고 말한 데에서 유래했습니다.
고사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초(楚)나라 오자서는 자신의 아버지와 형제가 초평왕에게 살해되자 오(吳)나라로 도망쳐 오왕 합려의 신하가 돼 초나라를 공격했습니다. 승리한 오자서는 원수를 갚고자 이미 죽은 초평왕의 무덤을 파헤쳐 그의 시체를 꺼내 채찍으로 300번 내리쳤다고 합니다. 이 소식을 들은 오자서의 친구 신포서는 그런 행위를 질책하는 편지를 보냈고, 오자서는 편지를 가져온 이에게 "이미 날이 저물었는데 갈 길은 멀어서(吾日暮道遠) 도리에 어긋나는 줄 알지만 부득이하게 순리에 거스르는 행동을 했다(吾故倒行而逆施之)"고 말했답니다.
이 사자성어를 추천한 육영수 중앙대 역사학과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출현 이후 국민의 기대와는 달리 역사의 수레바퀴를 퇴행적으로 후퇴시키는 정책·인사가 고집되는 것을 염려하고 경계한다"며 추천 이유를 밝혔다고 합니다. 도행역시가 미래 지향적인 가치를 주문하는 국민의 여망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과거 회귀적인 모습을 보이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지적이라는 것이지요.
참고로 과거 10년간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 소개합니다. 대부분 정권에 대한 따끔한 충고가 주종을 이루고 있습니다.
1.노무현 정부 5년
시기 |
사자성어 |
의미 |
선정배경 |
집권1년차(03년) |
우왕좌왕(右往左往) |
이리저리 중심을 잡지 못한다
|
출범직후 정치, 경제정책의 혼선을 빗댄 말
|
집권2년차(04년) |
당동벌이(黨同伐異) |
같은 무리와 당을 이루고 다른 무리를 친다
|
탄핵, 행정수도, 사학법 등에서 여야의 대치모습
|
집권3년차(05년) |
상화하택(上火下澤) |
서로 물과 불이 되어 갈등한다
|
이념과 색깔 논쟁, 세종시 등 정치대치 상황 |
집권4년차(06년) |
밀운불우(密雲不雨) |
짙은 구름은 끼어 있으나 비는 오지 않는다
|
상생정치 실종, 대통령 리더십 부족을 비판
|
집권5년차(07년) |
자기기인(自欺欺人) |
자기도 속이고 남도 속인다
|
신정아 사건, 삼성 불법 비자금 등 도덕성 실종 |
2. 이명박 정부 5년
시기 |
사자성어 |
의미 |
선정배경 |
집권1년차(08년) |
호질기의(護疾忌醫) |
병을 숨기며 의사에게
보이지 않는다
|
촛불집회 등 국민 비판에 귀 기울이지 않음
|
집권2년차(09년) |
방기곡경(傍岐曲逕) |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샛길과 굽은길
|
세종시, 4대강 등 국민이 싫어하는 일 강행
|
집권3년차(10년) |
장두노미(藏頭露尾) |
머리는 겨우 숨겼지만 꼬리는 드러남
|
민간인 사찰, 천안함 사태설명등에 투명성 부족 |
집권4년차(11년) |
엄이도종(奄耳盜鐘) |
도둑이 자기 귀 막고 종을 훔친다
|
소통부재, 제 잘못을 생각하지 못함을 비판 |
집권5년차(12년) |
거세개탁(擧世皆濁) |
온 세상이 모두 탁하다 |
부패, 견강부회, 공공성의 붕괴, 분노사회 풍조 |
|